퇴직연금, 왜 그냥 두면 손해일까
많은 직장인이 퇴직연금을 회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매년 납입만 해줄 뿐, 그 돈을 어떤 상품에 굴릴지는 가입자가 직접 정해야 합니다.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대부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방치되는데, 최근 금리 수준을 감안해도 연 2~3%대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돈이 불어나지 않는 셈입니다. 퇴직까지 10년, 20년을 이렇게 방치하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했을 때와의 격차가 수천만 원 단위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DB형과 DC형, 나는 어느 쪽일까
퇴직연금은 크게 두 가지 제도로 나뉩니다.
- DB형(확정급여형): 퇴직 시 받을 금액이 근속연수와 평균임금 기준으로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운용 책임은 회사에 있고, 가입자는 신경 쓸 부분이 없습니다.
- DC형(확정기여형): 회사가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가입자 계좌에 납입하고, 그 이후 운용 성과는 온전히 가입자 책임입니다. 운용을 잘하면 DB형보다 많이 받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본인이 어느 제도에 속해 있는지 모른다면 회사 인사팀이나 퇴직연금 사업자(은행, 증권사) 앱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금 상승률이 높고 장기근속이 예상된다면 DB형이, 투자로 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DC형이 유리한 편입니다. 이직이 잦은 직군이라면 DC형이 자산 이전에도 더 편리합니다.
디폴트옵션, 확인 안 하면 자동으로 저수익 상품에 묶입니다
2023년부터 도입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가입자가 일정 기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지정해둔 상품으로 자동 투자되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가입자 대부분이 이 디폴트옵션조차 설정하지 않았거나, 설정했더라도 초저위험 상품으로 지정해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퇴직연금 사업자 앱에 접속해 다음을 확인하세요.
- 현재 내 계좌가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에 각각 얼마씩 배분되어 있는지
- 디폴트옵션이 설정되어 있다면 어떤 위험등급 상품으로 지정되어 있는지
- 최근 1년, 3년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넘어서고 있는지
실적배당형으로 갈아타는 실전 방법
- 타깃데이트펀드(TDF) 활용: 은퇴 예상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상품입니다. 운용을 직접 관리하기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적합하며, 퇴직연금 계좌에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실적배당형 상품 중 하나입니다.
- 위험자산 투자한도 70% 활용: 퇴직연금 계좌는 위험자산에 전체 적립금의 최대 70%까지 투자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30%는 원리금보장형이나 채권형에 배분해 변동성을 낮추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습니다.
- 분기별 리밸런싱: 한 번 설정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분기나 반기마다 수익률과 자산 비중을 점검하고 목표 비중에서 벗어나면 재조정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수수료 비교: 퇴직연금 사업자마다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가 다릅니다. 장기간 적립되는 자금이므로 수수료 차이가 최종 수익률에 누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이직 시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다면 수수료율도 함께 비교해보세요.
중도인출과 담보대출, 신중하게
DC형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전세보증금, 6개월 이상 요양비 등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한해 중도인출이나 담보대출이 가능합니다. 다만 중도인출한 금액만큼 복리 효과가 줄어들고, 인출 시점에 세금(퇴직소득세 또는 기타소득세)이 부과될 수 있으므로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유지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정리
DC형 퇴직연금은 방치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지금 바로 퇴직연금 사업자 앱에 접속해 현재 운용 상품과 수익률을 확인하고, 원리금보장형에만 묶여 있다면 TDF나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일부라도 옮겨보세요.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작은 운용 차이가 최종 수령액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