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분을 위한 3줄 요약
- 퇴사 전에 IRP 계좌를 만들고, 퇴직금을 IRP로 받으세요.
- 이미 통장으로 받았다면 60일 안에 IRP에 넣고 원천징수 세금을 돌려받으세요.
- 55세 이후 연금수령한도 안에서 나눠 꺼내 퇴직소득세를 30~50% 덜 내세요.
마지막 출근 날, 인사팀에서 메일이 옵니다. "퇴직금 지급 계좌를 회신해 주세요." 평소 쓰던 월급 통장 번호를 적어 보내면 끝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칸에 무엇을 적느냐에 따라 세금이 수백만 원 달라집니다. 같은 퇴직금이라도 한 번에 받으면 세금을 전부 내고, 연금계좌로 받아 나눠 꺼내면 30~50%를 덜 냅니다.
이 글은 퇴직금을 앞둔 직장인이 회신 메일을 보내기 전에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이직을 앞둔 30대도, 정년을 앞둔 50대도 그대로 따라 하면 됩니다.
퇴직소득세가 매겨지는 순서부터 보세요
퇴직금에는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퇴직소득세가 붙습니다. 다른 소득과 합치지 않고 따로 계산하며, 여러 해 동안 쌓인 돈이라는 점을 감안해 세금을 크게 깎아 줍니다.
계산은 네 단계로 이뤄집니다.
- 근속연수공제: 퇴직금에서 일한 햇수만큼 뺍니다. 10년이면 1,500만 원, 20년이면 4,000만 원을 뺍니다.
- 12배 환산: 남은 금액을 근속연수로 나누고 12를 곱해 "1년 치 연봉 같은 금액(환산급여)"으로 바꿉니다.
- 환산급여공제: 환산급여에서 다시 큰 금액을 뺍니다. 800만 원까지는 전액, 그 위로는 구간별로 35~60%를 뺍니다.
- 세율 적용 후 되돌리기: 남은 금액에 6~45% 기본세율을 매긴 뒤, 근속연수/12를 곱해 원래 기간으로 되돌립니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가 붙습니다.
공식을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기억할 것은 하나입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오래 일하고 받을수록 세금이 크게 줄어듭니다. 공제가 근속연수에 비례해 커지고, 세율도 낮은 구간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금액은 홈택스의 퇴직소득세 모의계산 메뉴에서 퇴직금과 입사일·퇴사일만 넣으면 바로 나옵니다. 회사가 주는 퇴직소득 원천징수영수증과도 대조해 보세요.
근속연수별 세금을 먼저 계산해 보세요
퇴직금 1억 원을 기준으로 근속연수만 바꿔 보겠습니다. 아래는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해 한 번에 받을 때 내는 세금입니다.
| 근속연수 | 퇴직소득세(지방세 포함) | 퇴직금 대비 |
|---|---|---|
| 5년 | 약 1,036만 원 | 약 10.4% |
| 10년 | 약 426만 원 | 약 4.3% |
| 20년 | 약 123만 원 | 약 1.2% |
| 30년 | 약 26만 원 | 약 0.3% |
같은 1억 원인데 5년 일한 사람과 20년 일한 사람의 세금이 8배 넘게 차이 납니다. 짧게 일하고 큰 금액을 받는 경우, 예를 들어 희망퇴직 위로금을 함께 받는 경우에 세금이 특히 커집니다.
다른 상황도 몇 가지 계산해 봤습니다.
- 4년 근무, 퇴직금 3,000만 원(30대 이직): 약 110만 원
- 10년 근무, 퇴직금 1억 원(40대 희망퇴직): 약 426만 원
- 25년 근무, 퇴직금 1억 5,000만 원(50대 정년): 약 228만 원
- 25년 근무, 퇴직금 2억 원(위로금 포함): 약 558만 원
이 세금은 회사가 퇴직금을 줄 때 미리 떼고 나머지만 입금합니다. 그래서 "세금을 낸 줄도 몰랐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원천징수영수증에서 '퇴직소득세' 칸을 꼭 확인하세요.
퇴직금은 IRP 계좌로 받으세요
퇴직금을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받으면 회사는 세금을 떼지 않고 전액을 넣어 줍니다. 이를 '과세이연'이라고 합니다. 세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꺼낼 때까지 미뤄지는 것입니다.
미룬 세금은 IRP에서 돈을 꺼낼 때 냅니다. 이때 연금으로 꺼내면 깎아 주고, 한 번에 해지하면 원래 세금을 그대로 냅니다. 받는 순간보다 꺼내는 방식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나이에 따라 규칙이 조금 다릅니다.
- 55세 전에 퇴직: 퇴직금은 원칙적으로 IRP로만 받을 수 있습니다. 퇴직금이 300만 원 이하이거나, 퇴직금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갚는 경우 등은 예외입니다.
- 55세 이후 퇴직: 일시금으로 받을지 IRP로 받을지 고를 수 있습니다. IRP 대신 연금저축계좌로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퇴사 2~3주 전에는 이렇게 움직이세요.
- IRP 계좌를 만듭니다: 은행·증권사 앱에서 10분이면 열립니다.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가 낮은 곳, 비대면 개설 시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곳을 고르세요.
- 회사에 IRP 계좌번호를 알려 줍니다: 인사팀 회신 메일에 월급 통장이 아니라 IRP 계좌를 적습니다.
- 입금 내역을 확인합니다: 퇴직금이 세금 없이 전액 들어왔는지, 원천징수영수증에 '이연퇴직소득세'가 적혀 있는지 봅니다.
연금으로 나눠 받아 30~50%를 덜 내세요
IRP에 넣어 둔 퇴직금을 55세 이후 연금으로 꺼내면 미뤄 둔 퇴직소득세를 깎아 줍니다. 깎아 주는 비율은 연금을 실제로 받은 햇수에 따라 커집니다.
| 연금 실제 수령 연차 | 내는 세금 | 줄어드는 비율 |
|---|---|---|
| 1~10년차 | 퇴직소득세의 70% | 30% |
| 11~20년차 | 퇴직소득세의 60% | 40% |
| 21년차부터 | 퇴직소득세의 50% | 50% |
21년차부터 50%로 깎아 주는 구간은 2025년 세법 개정으로 새로 생겨 2026년 1월 1일 이후 받는 연금부터 적용됩니다. 오래 나눠 받을수록 세금이 절반까지 줄어드는 셈입니다.
앞의 예시, 25년 근무하고 2억 원을 받은 사람을 다시 보겠습니다. 한 번에 받으면 약 558만 원을 냅니다.
같은 돈을 IRP에 넣고 25년에 걸쳐 고르게 꺼내면 어떨까요? 처음 10년은 70%, 다음 10년은 60%, 마지막 5년은 50%만 내므로 세금이 약 346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약 212만 원을 아끼는 셈입니다.
10년 근무하고 1억 원을 받은 사람이라면 일시금 세금 약 426만 원이 10년 연금으로는 약 298만 원이 됩니다. 아끼는 돈은 약 128만 원입니다.
계산할 때 두 가지를 함께 알아 두세요.
- 운용 수익에는 다른 세금이 붙습니다: IRP에서 굴려 불어난 돈은 연금으로 꺼낼 때 연금소득세 3.3~5.5%를 냅니다. 퇴직금 원금에 붙는 감면과는 따로 계산합니다.
- 퇴직금으로 받는 연금은 분리과세됩니다: 퇴직금에서 나온 연금은 사적연금 연 1,500만 원 종합과세 기준에 넣지 않습니다. 퇴직금이 커도 다른 소득과 합쳐 세율이 올라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연금수령한도 안에서만 꺼내세요
"연금으로 받는다"는 것은 매년 일정 금액 아래로 꺼낸다는 뜻입니다. 이 금액을 연금수령한도라고 하며, 한도를 넘겨 꺼낸 부분은 일시금으로 보아 감면 없이 세금을 냅니다.
한도는 이렇게 계산합니다.
연금수령한도 = 그해 1월 1일 계좌 평가액 ÷ (11 − 연금수령 연차) × 120%
IRP에 2억 원이 있고 올해가 연금수령 1년차라면 2억 원 ÷ 10 × 120%, 즉 연 2,400만 원까지 감면을 받으며 꺼낼 수 있습니다. 2년차에는 남은 돈을 9로 나누므로 한도가 조금씩 바뀝니다.
11년차부터는 한도가 사라져 원하는 만큼 꺼내도 연금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2013년 3월 전에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연금수령 연차를 6년차부터 세므로, 한도가 더 넉넉합니다. 내 기산 연차는 IRP 금융회사에 물어보면 바로 알려 줍니다.
연금 개시는 IRP 앱에서 '연금 개시 신청' 메뉴로 합니다. 수령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길게 잡고, 필요할 때 받는 금액을 늘리는 방식이 한도를 넘기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내 상황에 맞춰 받는 방법을 고르세요
같은 원칙이라도 나이와 자금 사정에 따라 할 일이 다릅니다. 대표적인 네 가지 경우를 정리했습니다.
30대, 이직하며 퇴직금 3,000만 원: 55세 전이라 IRP로 자동으로 들어갑니다. 해지하면 미뤄 둔 세금 약 110만 원을 바로 냅니다. 새 회사에 다니는 동안 IRP 안에서 ETF·예금으로 굴리며 그대로 두세요.
40대 후반, 희망퇴직으로 1억 원: 당장 생활비가 걱정된다면 IRP를 깨기 전에 실업급여와 비상금으로 버틸 기간부터 계산하세요. IRP 안의 돈은 55세가 되기 전에 꺼내면 감면이 없습니다.
55~60세 정년, 퇴직금 1억 5,000만 원: 일시금도 고를 수 있지만 IRP로 받아 연금을 개시하세요.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까지의 몇 년을 IRP 연금으로 메우면 세금도 줄고 생활비 공백도 채워집니다.
큰돈이 꼭 필요한 경우(대출 상환·자녀 결혼): 전부 해지하지 말고, 연금을 개시한 뒤 한도 안에서 필요한 만큼만 꺼내세요. 한도를 넘는 금액만 일시금 세금을 내도록 나누면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하는 실수를 피하세요
- 월급 통장으로 퇴직금을 받는 실수: 55세 이후 퇴직자가 아무 생각 없이 일반 통장을 적으면 세금을 떼고 입금됩니다. 그래도 60일 안이면 되돌릴 수 있으니 아래 내용을 보세요.
- 이직할 때마다 IRP를 해지하는 실수: 퇴직금 몇천만 원을 생활비로 쓰면 세금도 내고, 20~30년 동안 불어날 노후 자금도 사라집니다.
- IRP를 예금에 방치하는 실수: IRP는 굴리는 계좌입니다. 방치하면 물가만큼도 불지 못합니다. 운용 방법은 퇴직연금 DC형 운용 방법과 같은 원칙으로 나누세요.
- 한도를 넘겨 꺼내는 실수: 연금을 개시했다고 마음대로 꺼내면 한도를 넘는 부분은 감면을 받지 못합니다. 꺼내기 전 앱에서 '올해 연금수령한도'를 확인하세요.
- 중간정산 이력을 잊는 실수: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았다면 근속연수가 중간정산 이후부터 다시 계산돼 세금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전 퇴직소득과 합쳐 정산하는 특례를 쓸 수 있는지 회사 담당자나 세무서에 확인하세요.
이미 일시금으로 받았다면 60일 안에 움직이세요
퇴직금을 일반 통장으로 받았어도 늦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퇴직금을 받은 날부터 60일 안에 IRP나 연금저축계좌에 넣으면, 회사가 떼어 간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절차는 이렇습니다.
- IRP 계좌를 만들고 받은 퇴직금을 입금합니다.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넣어도 되며, 넣은 비율만큼 세금을 돌려받습니다.
- 금융회사에 '퇴직소득 과세이연(원천징수세액 환급)'을 신청하며 퇴직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을 냅니다.
- 금융회사가 서류를 회사로 보내고, 회사가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아 IRP 계좌에 넣어 줍니다.
60일이 지나면 이 방법은 쓸 수 없습니다. 퇴직금이 들어온 날을 달력에 표시하고, 이번 달 안에 결정하세요.
퇴직 전후 체크리스트로 점검하세요
| 시점 | 할 일 | 확인할 것 |
|---|---|---|
| 퇴사 1개월 전 | 홈택스에서 퇴직소득세 모의계산 | 일시금일 때 세금 |
| 퇴사 2~3주 전 | IRP 계좌 개설 | 수수료·운용 상품 |
| 퇴사 직전 | 회사에 IRP 계좌번호 회신 | 월급 통장을 적지 않았는지 |
| 입금 후 | 원천징수영수증 확인 | 이연퇴직소득세 금액 |
| 일시금으로 받았다면 | 60일 안에 IRP 입금·환급 신청 | 입금일로부터 날짜 |
| 55세 이후 | 연금 개시, 10년 이상 수령 | 올해 연금수령한도 |
퇴직금은 한 번 받으면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돈입니다. 회신 메일을 보내기 전 10분만 들여 계좌번호 한 줄을 IRP로 바꾸세요. 그 한 줄이 세금 수백만 원을 지켜 줍니다.
IRP에 추가로 돈을 넣어 세액공제까지 받고 싶다면 IRP 세액공제 300만 원 더 받는 법을 읽고, 연금저축·IRP 세액공제 계산기로 올해 돌려받을 금액을 계산해 보세요. 국민연금을 언제 받을지 함께 정하려면 국민연금 조기수령 vs 연기수령을 이어서 보세요.
※ 이 글은 2026년 10월 기준 세법을 바탕으로 한 일반 정보이며, 세금 예시는 퇴직금 외 조건을 단순화한 계산입니다. 임원 퇴직금, 중간정산, 위로금 구성에 따라 실제 세금은 달라질 수 있으니 홈택스 모의계산이나 세무 전문가에게 확인하세요.